🐱넝쿨: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다정한 뉴스레터 <출근준비>를 함께 만드는 보혜님의 일하는 마음과 태도에 대해 알고 싶어요. <출근준비>에 맛있고 편안한 비건집밥 레시피를 제철 감각의 그림과 함께 소개해 주고, 생활과 일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이 생각하는 삶의 가치를 실현해 내는 보혜님이라서 참 궁금합니다. 보혜님,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간단하게 소개해 주세요.
🐶보혜: 저는 지금 닷페이스라는 미디어에서 비즈니스 오퍼레이터를 하고 있어요. 외부로 나가는 커뮤니케이션이나 행사를 관리하고 회사 경영 관련 지원업무도 하고 있습니다.
비건 팝업식당에서 요리
생활인으로서의 자아가 외부와 연결되는 일도 하고 있는데요, 회사 밖에서는 이렇게 <출근준비>에 비건레시피도 싣고, 작년에는 <요즘 것들의 사생활>이라는 채널에서 비건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리즈를 함께 만들었고, 가끔 비건 팝업 식당을 한다던가 제가 해 먹는 것들을 “건강하게 해 먹고 싶어” 혹은 “고기 덜 먹고 간편식 같은 거 덜 먹고 간단하게 해 먹는 거 알고 싶어” 하는 친구들한테 SNS에 소개하고 그러다가 가끔은 이게 일이 되기도 하고요.
그리고 가끔 글도 씁니다. 무언가 만드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계속 가져가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그 수단으로 지금은 제일 편안한 것이 ‘글’ 이에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하면서 살고 싶다고 생각하거든요. 글 쓰는 것이 일이 되기도 하고 자기만족이 되기도 하고 그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살고 있어요.
🐱넝쿨: 다른 사람들은 보혜님처럼 다양한 일을 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할 것 같은데요. 작년에 정부에서 하는 어떤 행사에 함께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에서도 어르신들이 보혜님을 약간 걱정하고 훈계하고 그랬지요(웃음).
🐶보혜: 전 그 반응을 보고 제가 잘 살고 있구나 생각했어요(둘다 웃음). 왜냐면 “걱정하시는 것 보다는 그래도 꽤 일상을 잘 살고 있답니다” 라고 대답할 수 있는 상태였거든요. 물론 미래 이야기까지 갔을 땐 불안한 지점이 있었지만, 이분들 조언들대로 살면 과연 안 불안할까? 생각하면 그것도 아닐 것 같았고요.
2**. 비건집밥을 시도하는 마음**
🐱넝쿨: <출근준비>에서 비건집밥 레시피를 소개해 주고 계신데요. 쉽게 할 수 있는 요리방법이기도 하고, 음식 그림이 참 힐링이 되구요. 색감이나 터치감이 음식을 몸의 일부로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느낌인데요. 별도로 레시피를 연구하거나 시도해 보는 게 있나요?
🐶보혜: 그렇게 하지는 않고요. 비건레시피가 편한 건 기존에 있던 레시피에서 주재료를 바꾸면 되거든요. 오코노미야끼를 <출근준비>에도 소개했었는데 이거는 양배추전이잖아요. 그 위에 토핑이 올라가구요. 삼겹살이랑 해물 같이 원래 들어가는 거 빼고 가스오부시도 빼고 대신 김을 올려보자, 마요네즈는 비건 마요네즈 많이 나오니까 그걸 쓰면 되고. 한번 해보고 ‘맛이 나네’ 그러면 비건레시피라고 하는 것이지 엄청난 창작성을 발휘해서 세상에 없던 요리를 하는 것은 아니에요. 어떤 레시피든 원래 만들던 사람들이 있고, 미역국도 정석의 레시피가 있는데 각자가 변형하는 것처럼 원래 있던 오코노미야끼든 무슨 된장찌개든 바꿔서 ‘비건으로 한번 해본다’ 이러면서 ‘이걸 빼니까 이 맛이 나요’ 라는 걸 소개하는 거에요.
<출근준비> 4월호에 소개되었던 오코노미야끼
🐱넝쿨: 사람들이 ‘비건’ 그러면 ‘생야채’를 접시에 가득 담아서 먹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다양한 레시피로 비건을 소개하는 것이 필요한데 보혜님이 소개해주는 레시피는 집에 있는 재료로 할 수 있는 비건이잖아요. 20~30대들은 혼자 또는 둘이 사는 경우가 많고 예전 부모님 세대랑 먹는 방법이 조금 다르기도 하고요. 일하느라 여유 없는 사람들이 식사를 사 먹게 되면서 양질의 음식을 먹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기도 하고요.
🐶보혜: 그래서 어디부터 설명을 해야 하는지 너무 어려워요(웃음) “두부전골은 이렇게 해가지고 버섯 넣고 하면 되잖아요” 하면은 “버섯을 씻어야 돼?” 라고 물어보기도 하고요, 칼질하는 것부터 엄청난 스트레스가 되는 분들도 있고요. ‘이 정도면 조리가 쉽죠’ 라는 기준이 너무너무 달라서 그걸 어떻게 맞춰야 될까, 어떤 욕구가 있을까에 대해 파악하는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어요. 짜면 물을 더 넣고 싱거우면 양념을 더 하면 되는데 맛이 없으면 실패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넝쿨: 망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는 경험을 겪은 다음에 알게 되는 것들이 있잖아요. 요리든, 요리가 아니더라도 어떤 일이든 그 단계는 필요한 것 같아서요. 실패한 음식을 먹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웃음). 지금도 집에서 뭐 만들면 실패하는데 인스타에 굳이 올리지 않을 뿐이에요(둘 다 웃음).
🐱넝쿨: 생활인과 직장인과 직업인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다양하게 일하고 있는데요. 어떤 조직 안에서 일할 때는 조직 안의 사람들과, 조직 밖에서 협업을 하거나 파트너십을 맺을 때는 그 조직과 여러 관계들이 한꺼번에 맺어지는 거잖아요. 한 조직에만 소속되지 않은 상태라서 어려웠던 점이 있을텐데 해결하려고 했던 방법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