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치이지만 춤 추는 것을 좋아하는 유리
🐱 넝쿨: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다정한 뉴스레터, <출근준비>를 함께 만드는 북리더 최유리님의 일하는 마음과 태도에 대해 알고 싶어요. 세상과 나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유리님이라서, 일과 삶에 필요한 책과 정보를 찾아서 똑똑하게 적응시키는 유리님이라서 참 궁금합니다. 유리님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간단하게 소개를 해 주시겠어요.
🦄 유리: 저는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이라는 산별노조에서 홍보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회사마다 노동조합이 있는데 그 노동조합이 혼자 회사하고 임금·복지에 대해 싸우기 어렵다거나 전문적인 지식이나 투쟁이 필요할 때 그런 것들을 돕기 위해서 같이 한 집을 차린 게 산별노조구요. 저는 노동조합의 묶음인 산별노조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동안 언론노조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했었는데 지금은 언론노조의 활동을 기사로 쓰거나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면서 홍보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 넝쿨: 언론노조에서 꽤 오랫동안 일한 것으로 아는데요, 홍보실에서 일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했어요?
🦄 유리: 전에는 언론노조 정책실에서 언론사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에 대해서 실태 조사를 하기도 했고, 방송사 비정규직들·방송사 프리랜서들을 모아서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하는 일도 했어요. 대외협력실에서 언론시민단체들하고 협력하는 일을 하기도 했어요. 지금 언론노조에서 10년 차-9년 10개월째 일하고 있습니다.
🐱 넝쿨: 유리님은 한 조직에서 10년 동안 일을 하고 있네요. 요즘 MZ세대의 경우에 한 조직에서 2~3년 일하는 것도 오래 일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할 만큼 이직률이 높은 시대인데 유리님이 한 조직에서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을까요?
🦄 유리: 솔직히 그만두려고 했던 경우도 많은데 그럴때마다 조직에서 다른 제안들을 했고 그게 다행히 저한테 잘 맞았어요. 예전에 홍보실에 있다가 그만 두고 대학원을 진학하려고 할 땐, 대학원 가는 시간을 보장해 줄 테니 정책실에서 일을 해보라고 제안해줬구요. 덕분에 방송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하는, 완전히 새로운 일도 해봤어요. 이 일이 지루하다 싶을 때쯤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을 때쯤에 실장으로 역할이 바뀌거나 그랬어요. 업무의 내용이 완전히 바뀌거나 책임이 바뀌거나 그랬던 거지요.
홍보실(구 교육선전실)에서 기사를 쓰던 시절
🐱 넝쿨: 유리님은 일을 하다가 지루한 상황이 되면 이직을 고민하거나 다른 일을 해볼까 라고 생각했나 봐요?
🦄 유리: 저한테 쉬운 일을 주면 재미가 없어요. 내가 100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에 10%의 역량만 투여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고, 도전적이지 않은 일만 해야 한다면 재미가 없어요. 더 많은 일을 할 수가 있는데 왜 나의 나머지 90%를 인정하지 않고 10%의 일밖에 안 주지, 나의 능력이 이 조직에서 필요가 없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좀 지루해하는 편이에요.
🐱 넝쿨: 유리님은 새롭고 도전적인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 10년 동안 일하면서 이런 점은 내가 잘하는 것 같다, 좋은 마음 또는 좋은 태도라고 생각하는 게 있을까요.
주차 잘한 게 뿌듯해서 사진찍은 운전 뽀시래기 시절
🦄 유리: 겁이 없는 게 저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새로운 일을 좋아하는 것도 그렇지만 예를 들어서 처음에 언론노조에 들어왔을 때는 운전을 못 했는데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차가 그냥 놀고 있는 게 너무 답답하고 막 속이 터지는 거예요. 지금도 후배들에게 자주 하는 얘기인데, 운전하는 것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면서 나도 내비게이션 볼 줄도 모를 때 여의도에서 광화문 오는 데 두 시간 걸렸지만 안 죽고 왔다구요. 저는 그렇게 겁 없는 거, 그냥 엑셀만 밟을 줄 아는데 여의도에서 광화문까지 오겠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저의 장점인거 같아요.
🐱 넝쿨: 유리님은 새로운 일을 도전하는 것을 참 좋아하는거 같아요. 주변에서 볼 때 도전하는 사람은 앞서 나가는 멋진 리더의 모습이지만, 실제로 계속 즐겁기만 한 건 아니잖아요. 외로울 때도 있구요, 예상하지 못했지만 힘들었던 경험이 있을까요?
🦄 유리: 왜 사람들이 내 말을 못 알아듣지, 내가 말을 이상하게 하나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던 거 같아요. 사람들은 나의 생각을 따라오는데 시간이 걸리는데 난 너무 빨리 새로운 걸 하고 싶으니까 나만의 언어로 사람들한테 얘기를 했던거죠. 사람들이 나한테 잘 설득이 되지 않고 쟤는 항상 이상한 소리를 하는 것 같다거나 잘난 척 한다고 모함을 한 적도 있어요. 내가 앞서 생각하고 있구나-그게 트렌드세터다 이런 이야기가 아니고 내가 하고 싶은 새로운 것을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어요.
🐱 넝쿨: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생각하는 속도가 다르다는 걸 인식하기 시작한거 같아요. 속도감이 다르다고 인식하기 전에는 더 어려웠겠어요.
🦄 유리: 예전에 어떤 일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걸 아예 무시 당하기도 했어요. 일을 할 때 어떤 의견을 내놓으면 그게 보완이 되고 협업이 되면서 빌드업이 되어야 하는데, 저 혼자 너무 빨라버렸을 때는 아예 1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니까 상대방한테 제 말이 아예 들어가지 않아서 무시당하는 거죠. 그럴 때 어려움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런 경우에 자책하거나 그냥 내 이야기를 못 알아듣네 하고 저도 무시했었는데 요즘에는 생각이 달라지고 있는 거죠. 나는 빠르구나, 하고 싶은 게 너무 많구나 그리고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방법 그리고 그 사람과 동기화하는 방법을 배울 때가 됐구나 라는 생각을 해요.
🐱 넝쿨: 최근에 파격 인사로 최연소 실장이 되면서 이런 고민들이 깊어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역할과 책임이 달라졌으니까요. 팀원일 때 내 의견이 무시당하는 것도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팀장일 때는 더 큰 문제가 되잖아요. 팀원들이 내 이야기를 못 알아들으면 일이 실행되지 않으니까요. 팀장이 되고 난 다음에 달라진 태도에 대해서 조금 더 들어볼 수 있을까요.
🦄 유리: 맞아요, 팀원은 새로 들어온 사람이고 이 조직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그 속도를 제가 맞춰가야만 팀원이 일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팀장이 되고 깨달았어요. 팀장을 맡고 처음에 일주일 동안은 제가 예전에 싫어했던 선배의 모습을 똑같이 하고 있었어요. 예를 들면 아침에 출근했는데 갑자기 이거 해 저거 해 이런 식으로 예측 불가능하게 일을 시키는 것-팀장이 되고 나서 나도 모르게 그러고 있더라구요. 정신을 번쩍 차리고 지금 무슨 일을 지시하려고 하는지와 이 지시에는 어떤 맥락이 들어가 있는지 팀원한테 잘 알려줘야 한다는 생각, 팀원과 동기화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 유리: 그동안은 일을 지시받으면서 그 방식의 부적절함만 일방적으로 생각했다면, 이제는 임원과 팀원 사이에 끼어 있는 상태에서 임원들은 지금 저런 지시를 내리고 있고 나는 그것을 실무적으로 어떻게 바꾸어야 하고, 팀원 또는 협업하는 사람들을 얼마나 잘 설득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면서 마음이나 태도가 달라졌어요.